말의 온도, 마음의 온도
작은 마을의 공용 목욕탕에는
온도를 조절하는
두 개의 손잡이가 있었습니다.
붉은 손잡이는 뜨거움을,
푸른 손잡이는 차가움을 불러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온도를 좋아했지만,
대체로 서로의 취향을 알 것이라 믿었습니다.
어느 겨울 저녁,
책방지기 은서씨가 말했습니다.
"오늘은 좀 더 따뜻했으면 좋겠어요."
목욕탕 관리인 민호씨는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너무 뜨거우면 안 됩니다.
그런데 왜 저에게 말씀하세요?
직접 올리세요."
은서씨는 당황했습니다.
"왜 화를 내세요?"
민호씨가 답했습니다.
"자꾸 시키니까요."
사실 은서씨는 지시하려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단지, 방법을 몰라서 부탁한 것이었지요.
그런데 민호씨 귀에는
그 말이 '명령'으로 들렸습니다.
같은 문장도 듣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다른 모습이 됩니다.
그때 은서씨가 잠시 멈춰 서서
심호흡을 하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뒤 질문했습니다.
"어떻게 조절하면 되나요?"
민호씨의 경직된 어깨가 내려갔습니다.
은서씨가 덧붙였습니다.
"제가 씻을 때만 따뜻하게 올리고
끝나면 원래 온도로 돌려놓겠습니다"
민호씨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런데 왜 저에게 말하신 건가요?"
은서씨는 미소로 답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온도를 올려 달라고 부탁드린 거예요.
왠지 온도를 올리는 것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민호씨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순간 생각했던 것 같아요."
민호씨는 그 말을 듣고
은서씨를 이해했습니다.
민호씨도 은서씨에게 말합니다.
"저는 은서씨가 온도 조절하는 법을
당연히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날 이후 목욕탕의 다툼이 줄어들었습니다.
사람들은 알게 되었지요.
당연함을 믿는 순간!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잠시 멈춤과 솔직한 질문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