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통합) 콘텐츠

2025-09-05
리더십 부모리더십 코칭리더십 자기주도성 권한위임
명화와 함께 하는 코칭 칼럼 2. 무대를 넓히는 리더십

티슈바인, ‘로마 캄파냐에 있는 괴테’, 1787, 캔버스에 유채, 164x206cm, 슈타델 미술관



모 공중파의 <내 아이의 사생활>이란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어릴 적 <슈퍼맨이 돌아왔다> 프로그램으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사랑이 기억하시죠?

사랑이의 성장한 모습을 보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중학생이 되어 소꿉친구였던 유토와

둘이 계획한 홍콩 여행기를 흥미롭게 지켜봤어요.



또 다른 회차에서 이 여행에 자극받은

방송인 도경완과 가수 장윤정의 아들 연우와 딸 하영이.

친구들과 셀프 여행으로 홍콩으로 날아가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가고 있더군요.

물론 방송 제작진들이 동행하고 있어서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지만,

초등학생 유치원생들끼리의 해외여행을 상상하는 일은 아직 쉬운 선택은 아닐 거에요.

1989년 해외여행자유화가 막 시작되었을 때 이런 풍경이 가능하리라 예상했을까요?

36년의 시간은 한국인들의 세계관을 완전히 바꿔 놓았습니다.


여행 자유화로 1990년대는 무역이 더욱 활발해지고,

대학생들의 대담한 배낭 여행이 시작되었지요.

2000년대부터 조기 유학 바람으로 호주의 시드니, 미국의 LA,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옌타이 등의 부동산 경기를 들썩이게까지 했어요.

2010년대에는 세계 각지의 성지, 에베레스트산을 위시한 최고 봉우리 곳곳에

한국인들의 물결이 관광 문화, 지역의 정서를 바꾸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젊은 세대들은 자신만의 테마로 여행을 하기 위해 고된 아르바이트를 불사합니다.

K-POP, K-MOVIE, K-DRAMA, K-ESPORTS, K-BEAUTY, K-FOOD, K-LITERATURE

끝없는 K-CULTURE를 탄생시킨 저력이 견문을 넓힌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흥을 유전인자로 타고 난 한국인들이 드넓은 세상 밖으로 나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자유로이 표현하면서 시너지를 더한 결과이겠지요.



중국 3대 역사서 중 하나인 <사기(史記)>를 완성시킨 사마천.

그는 억울한 누명으로 '거세(去勢)'라는 궁형을 당합니다.

생식 기능이 제거된 채, 치욕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던 사마천은,

구우일모(九牛一毛)라는 고사성어를 탄생시킵니다.

그런 치욕을 견딜 바에는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주변의 말에

내가 이 상태로 죽고 만다면,

소 아홉 마리 중에 있는 터럭 하나에 불과한 하찮은 죽음이 되고 말 것이다.

나는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며 시간을 견뎠습니다.

스스로에게 생사관(生死觀)에 대한 엄중한 물음을 던지고

절치부심하며 묵묵히 역사 기록을 이어갑니다.

죽음보다 더 못한 치욕을 불사하며,

죽을 때까지 대대로 내려온 사관으로서의 임무와 사명을 다했습니다

그렇게 견뎌낸 그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요?



아들을 유혹한 아름다운 공범자 사관 사마담

아버지 사마담은 사마천이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데리고 다녔습니다.

자식을 교육하는 데 있어서 머리로서만이 아닌,

가슴이 일렁이도록 발로 현장을 뛰어다니게 했던 거지요.

20세가 될 즈음엔 홀로 장기 여행을 다니게 하여 확고한 역사 인식을 지닐 수 있게 했습니다.

여행은 글자 없는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으로 사마천은 인간과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마천은 전국 각지의 민생을 살피고, 숨은 이야기를 발굴하고,

각종 사료를 읽으며 확립한 역사관을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기기로 결심합니다.

현장에서 만난 관리와 민초들의 일상에서 얻은, 살아있는 정보와 실체를 낱낱이 옮깁니다.

과연 그의 역사서 <사기>는 그의 날 것 그대로의 성정과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로 가득한

역사서이자 문학서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청나라 때 고염무는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다닌다(讀萬卷書, 行萬里路)’

라고 해서 앎의 진정한 의미를 던졌습니다.

그 맥락의 일환으로,

17세기 유럽 대륙의 영국 귀족 자제들은 그랜드 투어를 다닙니다.

후에 대중화되어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합니다.

독일의 문학가이자 사상가로 유명했던 괴테 역시 그랜드 투어를 통해

고전에 대한 새로운 세계관을 가지게 됩니다.

그 유명한 여행인문학 총서 『이탈리아 기행』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한 프로그램은

인간의 가능성과 잠재성이 무한하다는 점을 확인해 줍니다.

물론 누군가의 삶에서는 와닿지 않는 먼나라 얘기처럼 과장된 부분이 있고,

연예인들의 자녀를 앞세워, 사서 하는 고생을 시전하여

흥밋거리로 희화화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낯선 상황을 맞고 대응하고 해결해 가는 모습에서

어른들이 가진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트려 줍니다,

마냥 어리다고, 보호를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서만 여기던 다섯 어린이가

지혜를 모으고 서로 협력하며, 하고자 했던 바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용기와 성장은 칭찬할 만합니다.


많은 부모와 리더들이 자녀들을, 혹은 조직원들을

과보호의 좁은 투명 울타리 안에 가둬 두고 염려와 조바심으로 쳐다봅니다.

렇게 보고 있는 내 눈, 내 염려, 내 걱정에 한 번이라도 의심을 가질 수 있다면,

들의 날갯짓은 더 커지고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어린 친구들도 자신을 믿고, 함께 하는 친구들을 믿고,

자신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어른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자녀에게, 조직원들에게 지나친 염려와 걱정으로

더 크게 뛰어오르고 날아오를 수 있는 그들의 날개를 부러뜨리고 있지는 않나요?



스스로를 책임지게 하는 권한 위임으로

더 큰 세상에서 부딪칠 패기를 꺾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요?

울타리를 크게 치고 시행착오로 아파도 보고,

다시 털고 일어서도록 기회를 열어주는 일.


자녀를 혹은 조직원들을 주도적으로 행동하게 하고 싶은가요?

그들에게 꼭 필요한 덕목은 무엇인지,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 먼저 생각하고 또 생각할 일입니다.

현장에서 부딪치고 낯섦을 즐기게 한,

아버지 사마담의 리더십을 다시 생각합니다.




생각 나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