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와 함께 하는 코칭 칼럼 3.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가요?
사진출처 : 서울 신문 2024.7.16일자 문화면 '뭉크가 삶의 끝자락에 완성한 '자화상' [비욘드 더 스크림] 기사 중에서최근 제 보관용 파일에는 '역사적 사건'이라는 카테고리가 하나 더 생겨났습니다. 그 파일에 담겨 있는 인물은 고작 셋입니다. 김장하 선생, 문형배 법관, 축구선수 손흥민. 저만의 방식으로 그들을 기념하고 싶었습니다. 어떤 인물들이 이어서 입장하게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김장하 선생은 제가 활동하고 있는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의 '이 시대의 진성리더를 찾아서'라는 기획 덕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함께 가지는 못했으나 학회의 몇몇 분은 진주로 김장하 선생 같은 분의 시대정신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탐구하는 여행을 떠났었지요.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에 등장하는 진주 문고, 조식 선생의 남명기념관, 남성한약방 등을 돌면서, 지역이 주는 독특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진주문고에서 책의 저자 김주완 기자를 모셔 발로 뛴 취재기를 들으면서 김장하 선생의 깊은 면면을 알 수 있었대요.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가 상영관에 걸렸을 때, 우리 학회는 영화관을 통으로 대관해서 함께 보고, 뒷자리에서 풍성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도반들이 많았기에 어떤 드라마보다 더 짙은 여운과 감동으로 각자 삶의 방향타를 조금 더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 12월부터 한동안, 지독한 소음에 시달리며 정말 귀를 씻어내고 싶었지요? 지금도 정쟁은 끝이 없지만...... 안구 정화를 위해서도 밝고 순수한 드라마를 보거나 자연에 나아가서 심호흡을 깊게 하려 노력했습니다. 큰 소요를 치르며 선거를 치르고 새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연일 갈등과 혐오가 난무합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망발에 후세대들에게 부끄럽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참된 어른이 그립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형평사업을 통해 일찌감치 인권에 대한 의식을 제고하고, 소외되고 약자로 있는 장애인과 고립된 여성들의 삶을 돌보았습니다. 영화 '어른 김장하'에서도 묘사했듯, 형평사업이나 한국법률상담소의 여성구제를 위한 일에만 전면적으로 나서서 활동했음을 보면서 실천적 삶을 사는 진실함에 저절로 머리 숙여졌습니다. 마침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김현지 PD의 각본집 <어른 김장하>가 출간되었기에 반가웠습니다. 당장 읽으면서 내처 김주완 기자의 <줬으면 그만이지>를 다시 읽었습니다. 각본집을 따라가노라니, 영화 속 한 장면 장면들이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아주 천천히 돌아가는 화면엔 큰 어른의 여백이 많은 공명을 일으켰습니다. 맑은 얼굴빛에 형형한 눈빛은 검박하고 담백한 삶에 그대로 투영되었습니다. 맑고 꼿꼿한 선비정신이 몸에 배어 사람으로서 보일 수 있는 진정한 품격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습니다. 숭고함마저 느껴져서 자주 눈을 감고 이미지를 그리게 되더랍니다. 다시 꼼꼼히 읽고 느끼면서 정말 사람이 이럴 수 있다 말이지, 정말 그렇다 말이지?를 되뇌었습니다. 리더의 '임재'가 무엇인지, 공부하는 도반들이 이구동성으로 어렵다고 표현하는 그 의미가 저절로 느껴졌습니다. 실제 삶에서 잘 만나기도 어렵거니와, 실제 그 향기를 오래 맡아본 경험이 없어서 머리로 생각을 채우니 어려울 수밖에 없겠지요? 어른 김장하 선생은 말 그대로 내재된 품성으로 '진성리더'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모임을 극도로 싫어할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모임에서도 언제나 '구석' 자리에 겨우 서 계십니다. 센터 본능에 충실해서 언제나 중앙을 차지하거나,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타인이 알아주길 기다렸다 떠밀리듯 중앙에 자리 잡고 활짝 웃는 유사 리더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의 주인공 농사꾼 전우익 선생이 떠오르고,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저절로 생각났습니다.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들은, 화려한 언변과 제스처로서가 아니라 삶 그 자체를 살아갈 뿐임을 확인합니다. 미혹하는 것들은 잠시 통할 수는 있어도 지속하는 힘은 내재화한 품성에 있습니다. 유명인들의 흥망성쇠를 통해 우리 모두 잘 학습합니다. 선생은 진성리더십에서 말하는 '급진 거북'처럼 생각은 급진적으로 넓고 깊은 세계를 향하되, 행동은 사부작사부작 쉬지 않는 걸음으로 조바심을 내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자기 앞에 주어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돌멩이를 놓아두는 일. 목적의 씨앗을 심는 행위이자 의미를 부여하는 주도적 삶을 살고 계셨습니다. 오늘의 김장하 선생을 기억하는 김장하 키즈들은 크고 작은 사회에서 제몫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속세적 잣대의 성공만을 성공으로 여기지 않는 선생이었기에, 누구라도 삶을 영위해가는 존재 자체로 충분하다고 일관되게 말씀하셨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찍어가던 이 일련의 작업들은 너무도 은밀히, 조용히, 존중을 담은 배려가 넘쳐났습니다. 김현지 PD는 작업 내내 행복했을 것 같아요. 매난국죽 사군자의 품성을 다 맛보지 않았을까요? 김장하 키즈인 문형배 재판관도 늘 선생을 거론하며 자신 삶의 지표로 삼지 않았습니까? 이사장으로 있었던 명신고등학교 출신의 학생들은 자신의 지역을 지키며, 곳곳에서 김장하를 닮으려는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김장하 선생이 진주라는 지역을 살렸다'는 말이 헛소리가 아님이 여러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파도 파도 끝없는 미담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형평운동 관련 글을 썼던 적이 있습니다. 그 글에서 제시한 ‘진주정신’은 김장하 선생 삶의 실천철학으로 보여집니다. 진주성 싸움과 의병의 활동에서 나타난 주체정신(主體精神), 남명 조식 선생의 경(敬), 의(義) 사상과 지행일치(知行一致)를 바탕한 호의정신(好義精神), 고려 민권 항쟁과 임술 농민 항쟁, 형평운동에서 나온 평등정신(平等精神). 그에 더한 자신의 인생관 맹자의 군자삼락 중 제2락, '앙불괴어천(仰不愧於天), 부부작어인(俯不怍於人)': 고개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고개 숙여 사람들에게도 부끄러울 게 없는 삶. 그리고 선생이 좋아하는 말은 논어 중의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 불역군자호(不亦君子呼):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성내지 않으니 이 역시 군자 아니겠는가?'였습니다. 삶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 말은 '기소불욕(己所不欲) 물시어인(勿施於人):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은 남게게도 시키지 않는다.'였지요. 수없이 외우고, 관념적으로 사랑한 이 문장들이 박제된 상태로 전해지는 유산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있는 언어임을 김장하 선생은 보여주었습니다. 할아버지 앞에서 무릎 꿇고 앉아 사서삼경을 배우고 익혔을 소년 김장하를 그려봅니다. 병약하고 보잘것없었던 소년 김장하는 배운 바를 실천하여 제대로 ‘앎’을 구현했습니다. 또 시대정신을 일깨우고 사람을 키워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줬으면 그만이다’라 하는)을 할 수 있었냐고 수없이 물었어도 선생은 그저 "그냥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로 무심히 말했습니다. 일생을 벼려온 목적이 분명한 삶, 약자들을 무감할 수 없었던 휴머니스트의 소명은 사명이 되었습니다. '가장 아픈 이들로부터 취해진 재화는 내 것이 아니라 사회로 환원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소명을 진작에 기꺼이 수용했던...... 나는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가? 나는 나를 넘어선 그 무엇에 순수한 기여를 할 수 있는가? 선생이 강조한 무재칠시(無財七施: 화안시和顔施, 자안시慈眼施, 언사시言辭施, 심려시心慮施, 사신시捨身施, 상좌시床座施. 방사시房舍施) 하나라도 잘 하고 있는가? 온화한 얼굴, 편안한 눈빛, 부드러운 말, 마음 씀씀이, 몸으로 돕는 일, 자리를 양보하는 일, 방을 내어주는 기꺼움. 루시안 프로이트라는 독일 화가는 자신을 비롯한 인물화를 그릴 수 있어 화가로서의 삶을 매우 만족해하지요. 그는 영국 여왕에게조차도 '미학'을 입히지 않아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요샛말로 일체의 보정이 들어가지 않은 적나라한 여왕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습니다. 의뢰인에게도 오로지 '진실'한 자신의 모습을 대면하도록 했습니다. 정신분석학자인 할아버지 지그쿤트 프로이트의 영향이었을까요? 사람 심리 내면을 꿰뚫는 섬세한 필치와 세부 묘사는 진지한 자기 성찰을 요하는 듯했습니다. 항상 실물을 직접 보면서 그리고, 언제나 "그들을 닮은 초상이 아닌, 바로 그들 자신을"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자화상을 그리며 자기 자신을 직면하는 그의 담대함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가 김장하 선생을 만나면 어떻게 그려낼까요? 찌그덕 찌그덕 낡은 자전거를 타고 사라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그려달라고 청을 넣고 싶습니다. 드라마보다 더 아름답고 지극한, 휴먼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 그로 인해 세상을 좀 더 믿고 가꾸고 싶어집니다. 곳곳에서 제2, 제3의 문형배가 ‘좋은 어른’의 뒷꿈치를 보며 자라날 것으로 믿으며, 어른 김장하의 구부정한 어깨를 그려봅니다. #케어플리 #지혜(통합) #코칭칼럼 #진성존재코칭센터 #찐코치육현주 #KSC_PCC육현주코치 #어른김장하
2025-09-26 육현주 코치